음식 | 5월의 어란

어릴 때, 아니 그리 어릴 때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전라도에서 어릴 때, 경기도로 올라오신 할머니는
놀랄정도로 많은 요리법을 배워오셨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내면서 할머니 요리 스타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보니
에버랜드와 호암미숡관의 벚꽃을 즐기고 시간이 1~2주 지나면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가족들에게 해주던 요리가 있었습니다.

숭어의 알을 오래 말려서 만들어낸 어란을
흰쌀밥 위에 어란 한 점 올려서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어란이 오랜만에 생각이 났습니다.

때마침,
할머니와 아빠 그리고 아빠의 4명의 동생들이 전라도 여행을 하고 있는데
제가 여행을 잘하고 계신지 안부를 물을 겸 전화통화를 할머니와 하면서 어란이 떠올랐습니다.

용인집으로 올라오기 전에 어란 잘 말린 것 좀 사와달라고 말하니
할머니가 오랜만에 먹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란,
정말 만들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입니다.
숭어의 알을 정말 조심스럽게 빼야하고,
깊고 뭔가 낯설면서 기분 좋은 맛이 들 때까지 오래 정성을 들여야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도시를 여행해보지 않았는데
타이베이와 오사카에서도 어란을 먹는 것을 봤는데
거기는 소금으로 염장을 한 것을 먹었는데
제 할머니는 집에서 만든 (할머니의 시크릿 레시피가 담긴) 조선간장에 외갓집에서 키운 참깨를 짜서 만든 참기름을 발라가면서
용인집에 갈때마다 더 진해지는 어란을 봤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암의 어란이 정말 맛있습니다.
영암하면 떠오르는 영산강에서 숭어를 잡아 알을 빼고, 소금물에 씼은다음, 참기름을 자주 발라주고 또 그늘에서 말리면서 할머니가 마음에 드는 모양을 만든 것이 생각이 나는데요.

할아버지랑 아빠 그리고 작은아빠가 할머니가 만든 술이나 아님 소주를 마시면서
얇게 썰어낸 어란을 음미하면서 먹었던 것도 생각이 나는데
뭔가 요리 하나, 재료 하나하나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가족들과의 시간들이 생각이 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봄에 왜 어란을 챙겨 먹었을까 생각해보니
농사를 했던 할아버지,
회사를 다니면서 매일 춘곤증과 피로감때문에 힘들어 했던 아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떡을 만들던 작은아빠
이 세사람의 공통점을 보니까
피로감이 심했을 것 같고, 면역력도 그렇고 체력도 좀 약해졌을 것 같은 요즘 같은 봄
특히 5월에 몸 챙기려고 드셨던 것 같더라고요.

다음주에는 남도장터 훑어보면서 어란이 있으면 좀 사봐야겠습니다.